모르는데 어떻게 해요?

🎲 Game Changer: 패스트캠퍼스 콘텐츠 기획자 방하은 셀장

쌩판, 모든 게 다 쌩판

기획자는 소속 회사, 프로젝트, 클라이언트에 따라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전무한 도메인의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말 그대로 생판에서 성공적인 기획을 위해서는 엄청난 학습량이 필요하다.

패스트캠퍼스의 기획자는 매 순간 학습해야 하는 숙명을 산다. 전공도 아니고, 관심사조차 아니었던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업계의 고관여자에게 판매한다. 트렌드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시장의 니즈까지 발굴해내야 한다. 연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본적인 지식은 필수다.

방하은은 이러한 숙명을 즐기는 콘텐츠 기획자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한 학습 속도와 산업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인정받아 셀장으로 성장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빠르게 정복해나가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 노하우를 알아보려 한다.


학습 덕후는 성장한다

패스트캠퍼스에서는 강의 카테고리마다 ‘팀’을, 카테고리의 크기가 커졌을 때 그 안에 서브 카테고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셀 조직’이 만들어진다. 현재 프로그래밍을 1팀이 담당하고, 백엔드(Back-end), Dev Ops 강의를 만드는 ‘셀’을 방하은이 리딩하고 있다.

하은은 작년 4월 전환형 인턴으로 입사해 약 1년 만에 승진 후 셀장이 되었다. 흥행에 성공한 강의도 이미 여럿 있다. 신입으로 입사한 걸 생각하면 이 정도 빠른 속도로 성장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은의 이토록 빠른 성장에는 학습에 대한 욕심이 있다.

Changer Says
성향상 학습하는 것을 좋아해요. 같은 주제로 계속 공부하는 것은 살짝 질릴 수가 있는데, 일의 특성상 한 달에서 두 달 내에 새로운 콘텐츠를 론칭하기 위해 매번 다른 주제를 들여다보고, 시장조사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 오히려 좋아요.

노션으로 아카이빙, 디벨롭 되는 학습

방하은의 학습 덕후의 모습은 노션 보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입사한 순간부터 프로그래밍 강의를 만들며 학습한 모든 내용과 과정을 하나의 보드에 담았다.

보드는 강의 주제를 담은 페이지와 강의 학습에 꼭 필요한 개념 정리 페이지로 이루어져 있다. 제작 중인 강의부터 론칭 후 운영이 필요한 강의, 아직 시장이 충분하게 형성되지 않아 보류된 주제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업데이트한다. 그리고 각 페이지에는 시장 분석, 실무에서의 적용 사례, 기획의 세부적인 내용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데 하은의 노션 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페이지가 있었다. 바로 ‘모르는 단어’다.

처음의 학습법: 기본기를 갖추기 위한 암기

기획자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학습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첫 삽을 어떻게 떠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특히나 분야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기술 기반인 경우는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하은의 첫 삽은 용어 정리였다. 모르는 영어 단어를 정리하듯 개발자 채용공고, 기존 패스트캠퍼스의 프로그래밍 강의 상세페이지 속 모르는 단어를 정리했다. 그리고 하나씩 어떤 의미인지, 왜 사용되는지 조사했다. 채용공고에 등장한 용어는 채용 시장의 니즈가 있는 개념이므로 반드시 알아야 한다. 다른 기획자가 기획한 상세페이지에는 정제된, 핵심 단어만 쓰인다. 사실 용어라는 건 하나의 개념이다. 용어를 정리하고 암기하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문맹’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학습은 기본, 다음 단계는 니즈 발굴

기획자의 학습이 학습에만 머무르면 안 된다. 실제 기획에 바탕이 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기획에 있어 학습이 0단계라면 1단계는 고객 니즈 파악이다. 학습에도 노하우가 있던 방하은은 니즈 발굴에 있어서도 그만의 비법을 만들어 왔다.

Changer Says
콘텐츠 기획자 이전에 마케팅을 했었고, 마케팅의 마지막 단계인 퍼포먼스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도 유저가 마케팅 소재에서 반응하는 곳에서 기획이 시작될 때가 많아요. 강의의 마케팅 소재 중에서 특정 소재에 많이 반응했다는 것을 확인하면 그 소재와 관련된 내용에 니즈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방하은이 기획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소비자 조사’다. 소비자 조사를 통해 파악한 소비자의 개별 니즈를 눈덩이처럼 굴려 니즈의 크기를 키워 강의를 기획한다. 개별 니즈를 효율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 기존 강의의 광고 소재 중 유난히 반응이 좋았던 소재가 강조한 세부 테마를 확인한다.
  • 설문조사를 통해 기존 강의 수강생에게 “강의 패키지에 포함된 주제 중 어떤 주제가 듣고 싶어서 강의를 구매하셨나요?”라고 묻는다.
  •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며 구매자들이 어떤 니즈로 기존 강의를 구매했는지 확인한다.

이런 식으로 수강생의 구매 동기를 불러일으킨 주제를 파악, 확대해서 강의를 만든다.

한 번에 끝내는 대용량 데이터 & 트래픽 처리‘ 강의는 ‘10개 프로젝트로 완성하는 백엔드 웹개발‘ 강의 수강생의 니즈로부터 만들어졌다. 수강생 의견 중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해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 조사해보니, 백엔드 개발자 채용공고에 이 기술을 요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구직자들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는데, 무엇을 배워야 이걸 할 수 있는지 몰랐다. 이 내용에 대해 어떻게든 구체화할 수 있도록 많이 학습하고 많이 조사했다. 기존 강사님들을 만나서 무엇을 배워야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지 물어가며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고객의 니즈로부터 출발한 ‘한 번에 끝내는 대용량 데이터&트래픽 처리’ 강의는 빠른 속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Mix! 조합은 새로운 기획이 된다.

Changer Says
‘최초’, ‘최신’의 강의를 만드는 걸 개인적으로 선호해요.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그것이 누군가의 인생에 큰 역할을 하는 교육 콘텐츠라면 너무나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래도 최초라는 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그래서 전 두 가지 테마와 니즈를 섞는 기획을 많이 합니다.
조금 올드하지만, 시장의 크기가 있는 주제와 새롭고 트렌디하지만 정립되지 않은 주제를 함께 섞으면 두 주제 간의 단점을 서로 보완하며 탄탄한 기획이 됩니다.

패스트캠퍼스의 기획자 사이에는 ‘최초, 최신’이라는 개념이 있다. 지금까지 누구도 강의로 콘텐츠화하지 않은 주제를 최초로 기획하거나 가장 최신의 기술, 트렌드를 다루는 강의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방하은이 기획한 ‘최초, 최신’의 강의 중 ‘실무 초밀착 리눅스: 클라우드 환경 운영부터 성능분석까지‘는 두 가지 테마를 Mix해 만들었다.

기존의 리눅스 강의 리뉴얼을 맡게 된 하은은 강의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다른 리눅스 강의도 대세가 아닌, 지고 있는 기술에 집중해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 당시 클라우드 기술 관련 강의를 만들었던 하은은 대세가 아니었던 리눅스와 가장 최신의 시장인 클라우드를 결합하면 완전히 새로운 강의가 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백엔드, 리눅스, 클라우드를 동시에 경험한 강사를 찾는 것부터 어려웠다. 섭외에만 두 달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요한 리서치를 통해 섭외에 성공하고, 강의를 론칭한 결과, 굉장히 의미 있는 반응이 왔다. 강사에게 해당 강의 주제로 출판 제의가 두 번이나 간 것이다.


판단은 어려워도, 최선은 확실하니까

치열하게 학습하며 성장해온 하은에게 콘텐츠 기획자로서 일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물었다. 전반적인 모든 업무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말로 시작하며, 고민하던 하은은 행복한 순간보다는 가장 짜릿한 순간이 언제인지를 이야기해주었다.

Changer Says
기획 단계에서 ‘잘 될지 모르겠다.’라는 피드백을 받은 강의가 잘되었을 때 가장 짜릿해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에서 제가 만든 강의가 시장성을 검증한 경우죠. 물론 리스크가 있는 만큼 ‘되는 이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정말 많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해요. 강사 섭외의 높은 난이도도 풀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과정이 힘든 만큼 결과에 대한 뿌듯함도 커요. 앞으로도 최초, 최신의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요.


✍️오늘의 인사이트 정리

  • 학습의 시작이 막막할 땐 용어 정리부터 해보세요. 무엇을 학습해야 하는지 찾아낼 수 있는 좋은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 기존 고객의 니즈를 세부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방법으로 설문만 있는 건 아니에요.
  • 아무리 교육 효과가 좋은 콘텐츠라도 소비되지 않는다면 효용성을 발휘할 기회는 없습니다. 교육 콘텐츠도 충분한 상품성을 지닐 때 교육 효과의 파급력이 생겨요.
  • 하나의 주제가 단점이 있다면 다른 주제와 Mix해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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