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DC애니메이션, HBO의 대가와 일하면 어때?

‘갓생’을 전하는 기획자

“그 사람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산다더라.” 이렇게 전해 들은 이야기라면 그저 갓생(God-生)사는 어느 유명인이겠거니 흘려들었을 것이다. 서른이 넘어 미용을 배우기 시작했고, 매일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연습했다는 그는, 제자를 여럿 거느린 ‘대가’가 되어서도 여전히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오전 5시에 발송된 그의 이메일을 확인할 때면 이 장인의 삶이 지척에서 느껴진다.

‘이 치열함과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삶을 온전히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내가 만드는 강의 콘텐츠는 스킬의 전수 이상이어야 한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오전, 연사님의 삶을 향한 경외심에 잠시 밀려오던 월요병이 사그라들었다.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른 사람과 함께 일하면, 일을 배우는 것 이상으로 그의 삶을 배운다. 물론, 그들의 일정에 내 업무 스케줄을 맞추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돌발상황에서 오는 당혹감도 빈번하다. 하지만, 콜로소의 여러 기획자는 ‘내 직업이 멋진 이유’로 “최고라 불리는 대가와 함께 타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고에게 배우는 최상의 가치를 전하는 콜로소의 기획자. 그들이 말하는 ‘나의 최애 콘텐츠’에 대해 들어봤다.

기획자K | 최고 정점을 향해 도전하는 C4D 마스터 클래스
아마존, 구글, 애플, HBO의 노하우를 한 강의에 담다

강의 제목부터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어떤 강의인가?
영상 업계의 톱티어 아티스트 세 분과 함께 제작한 콜라보 강의이다. 국내 업계가 아니라 아마존, 구글, 애플, HBO의 프로젝트에서 활약하시는, 그야말로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네임드 아티스트분들이다. 학습하면서 완성하게 되는 결과물이 역대급으로 나오도록 기획했으며, 중/고급 수준의 수강생을 타깃으로 한 C4D 어드밴스드 클래스다. ‘최고에게 배우는 최상의 가치’라는 콜로소의 지향점에 잘 부합한다.

입문자 강의를 만드는 것이 매출을 내기엔 수월할 것 같은데, 이 강의의 성과는 어떠한가?
(인터뷰 시점 기준) 아직 얼리버드로 예약 판매만 열어놓았고, 정식 오픈 전인데도 성과가 좋다. 오히려 입문자 강의와 확실히 구분되도록, 어드밴스/마스터 클래스로 포지셔닝을 분명히 했다. 또, 각 연사님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높은 퀄리티의 숏필름이 수강 결과물이 되도록 구성한 덕분에 타깃 고객층에 잘 어필한 것 같다. 연사님 한 분 한 분 인지도와 포트폴리오가 파급력이 크기에, 수강생이 학습 과정에서 만들어낼 작품을 유튜브에 업로드했을 때 반응도 매우 좋았다.

** 수강 예제인 “Sci-Fi Short Film “WAI-000”은 먼 미래의 AI 로봇이 과거 인간이었을 때의 환영을 보기 시작하면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실험하는 과정을 담은 단편 애니메이션이며, 유튜브 공개 후 국내외 팬들로부터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강의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영향력과 포트폴리오를 보았을 때, 3D 아티스트라면 누구라도 강의를 듣고 싶어 할 연사님을 동시에 세 분이나 모셨다.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3D 분야의 어벤져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이분들에게서 수강생을 위해 최대한 많은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총 84강으로 구성했고 그에 걸맞은 많은 실습 자료를 담았다.

성공적으로 론칭한 소회가 궁금하다.
뿌듯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으려 한다. 콘텐츠 기획을 막 시작했을 땐, 일련의 경험을 통해 본인만의 성공 공식이나 노하우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험치가 어느 정도 쌓인 이후에는 본인에게 익숙해진 공식대로 답습하려는 관성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계속 더 나은 기획과, 차별화 포인트를 고민해야 한다. 내가 만족감을 경계하는 이유다.


기획자P | 블렌더로 배우는 3D 카툰 렌더링
깊이 있는 시장 파악으로 전문가를 설득하다

이 강의를 ‘애틋한’ 강의라고 표현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새내기 기획자 시절엔 콘텐츠의 방향성을 연사님에게 의존하곤 했다. 업계 흐름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강의는 처음으로 기획자로서 내 의견을 강력히 어필해서 연사님을 설득하고 기획의 방향성을 바꾼 콘텐츠다. 방향의 전환이 좋은 성과를 거두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예술의 영역에서 전문가를 설득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연사님이 그 분야의 ‘대가’이고 나는 대가와 학습자를 이어주는 중간자이기 때문이다. 기획자로서 나는 시장의 관점을 읽었고, 장인의 예술성이 더 많은 사람에게 선보여지길 바랐다. 그래서 훌륭한 예술이 어떻게 하면 대중에 더 잘 전달되는가에 관한 방법론적인 면에서 내 의도대로 밀고 나갔고, 연사님이 이를 잘 받아들여 주셨다.

어떤 방향성을 수정했는지 궁금하다.
연사님은 본인이 실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maya라는 툴을 사용하여 진행하고자 했는데, 시장에서는 blender라는 툴이 굉장히 핫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연사님이 가장 편하게 사용하는 툴보다는 학습자, 즉 시장이 원하는 툴로 강의를 진행해야 강의의 파급력이 극대화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판단에 따라 툴 사용에 있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여 강의를 제작했고, 예측이 맞아떨어져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전문가를 설득하기까지 확신을 갖게 된 과정과 결과에 대한 소회가 궁금하다.
한국 시장에서 3D 카툰 렌더링의 학습 수요는 충분히 확인되었으나, 한국어로 된 학습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다. 한국어로는 자료를 검색해도 기능 튜토리얼 이상의 것은 찾을 수 없었고, 깊이 있는 가이드는 해외사이트를 참고해야만 했다. 내가 학습자라면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어로 이를 강의할 수 있는 연사님을 섭외했다. Netflix와 DC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서 활동하시는 뛰어난 분이지만, 아직 국내 수강생에게 인지도는 크지 않으셨다. 연사님의 인플루언시가 부족했지만 실력으로 증명할 수 있는 분이었고, maya보다는 blender를 배우고 싶어 한다는 학습자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했기에, 내 기획의 방향성에 확신이 있었다.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한 기획이 결과의 성공으로 이어져 뿌듯했고, 이후 다른 클래스를 기획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기획자R | 단계별로 탄탄히 학습하는 디지털 채색 100강 사전
꾹꾹 눌러 담은 고봉밥 같은 강의, ‘채색의 바이블’이 되다

100회나 되는 강의를 완성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일러스트 카테고리에서는 대개 연사의 매체력을 중시하여 누구를 섭외할 것인가부터가 기획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 강의의 경우 ‘채색의 기초’라는 주제와 커리큘럼을 먼저 생각했다. 채색에 관해서라면 기초부터 심화까지 모든 것을 담는다는 목표로 세 분의 연사님을 섭외했고, 여러 번의 미팅으로 세부 커리큘럼을 완성했다. 현업으로도 충분히 바쁘신 세 분께 동일한 마감일을 드리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영상 공개일을 한 번 미루는 일도 생겼지만, 목표했던 퀄리티를 뽑아냈기에 수강생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사랑받는 강의가 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채색의 바이블 강의’라고 칭찬받았을 때, 말로 다 못 할 뿌듯함을 느꼈다.

좋은 평을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디지털 채색에 기본기가 없는 입문자가 이 강의를 구매하더라도, 100회차 강의까지 차례대로 학습하면 심화/응용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회차가 넘어가면서 강의가 갑자기 어려워지지 않도록 신경 썼고, 학습자가 점진적으로 발전하면서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완강 시 하나의 퀄리티 높은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회차마다 미니 예제로 연습할 수 있도록 많은 실습을 포함했다. 채색에 관한 학습은 이 강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꽉 눌러 담은 고봉밥 같은 강의가 되면 좋겠다”라고 강사님께 말했던 기억이 난다. 수강생이 나와 강사님들의 노력을 체감했기에 ‘바이블’이라는 좋은 닉네임을 얻은 것 같다.

제작을 끝내고 느낀 바가 있다면?
예전에는 교육적 가치에만 집중하여 강의 영상의 퀄리티만 높으면 잘 되는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100강으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만들면서 수요가 있는 주제, 적정 분량, 부록 자료, 객단가 등 많은 요소와 함께 차별화 포인트를 고민해야 했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더라도, 이 상품이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구매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교육 효과가 발현될 기회는 없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입한 만큼 여러 사람이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이벤트나 쿠폰 등 마케팅적 관점에서 다양한 전략까지 세우게 되었다.


기획자J |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쉐이더 입문
시장의 수요보다 앞서서 고객을 기다리다

게임 그래픽 강의를 ‘최애’강의로 선정했다. 원래 이쪽에 지식이 있었나?
아니다. 나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게임 제작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이 강의는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획했는데, 게임 그래픽에 관해 전반적으로 배경지식이 풍부하지 않을 때였다. 당시에 업계에서조차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언리얼 엔진’을 주제로 하는 강의를 발행해야 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연사님을 몇 번이나 찾아뵙고, 한두 시간씩 통화하면서 많은 질문을 했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결과적으로 커리큘럼, 상세 페이지, 영상 모두 높은 퀄리티로 제작했고, 매출도 꽤 좋았다. 막막했던 기획 초반, 그만큼 큰 노력을 쏟아부었던 제작 과정,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던 결말까지 3박자가 꽤 드라마틱했던 여정이라 나의 대표 강의로 뽑았다.

기획 당시 ‘언리얼 엔진’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면, 타겟팅은 어떻게 했나?
언리얼 엔진은 초반에는 게임 업계의 프로그래머나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주로 사용하는 툴이었는데, 메타버스 열풍이 불면서 게임 그래픽 아티스트와 영상 아티스트를 넘어 일반인까지 이용자의 범위가 확대됐다. 앞으로 점점 더 새롭게 이 툴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 늘어날 것을 예상하여 입문자가 독학으로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강의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명확히 표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고, 초심자에게 적절한 난이도와 내용은 어떤 것일지 집중하며 기획했다.

시장의 수요에 따라 주제를 발굴하는 평소 방법과 달랐던 것 같다.
그렇다. 보통은 이미 시장에 학습 수요가 충분히 존재하는 분야에서 주제를 발굴한다. 매출을 확보하기에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강의는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시장보다 한발 앞선 기획을 한 경우다. 현재 수요가 크지 않아도 주제에 대한 학습 수요가 올라가고 있음을 파악하고 재빨리 액션을 취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배웠다.

이후 기획에서 주제 선정 방법에 변화가 생겼나?
시장의 수요가 확실한 콘텐츠가 잘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하지만 때로는 현 수요에 대한 파악보다는 예측을 통해서도 성공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를 활용한 시도도 한다. 21년 6월에 ‘블렌더와 유니티로 만드는 고급 메타버스 아이템’이라는 강의를 기획할 때는 ‘메타버스’나 ‘제페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확인이 되었으나, 이를 학습하고자 하는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신규 분야에서는 주제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빠르게 강의를 론칭했고, 좋은 반응과 함께 기대 이상의 매출도 발생했다.


✍️오늘의 인사이트 정리

  •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자신만의 기획 노하우를 쌓는 것이 중요하지만 공식을 따르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뾰족한 기획에는 관성을 거스르는 태도가 필요해요.
  • 학습자의 답답함과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이것을 이해하는 기획자는 확신을 갖고 학습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어요.
  • 아무리 교육 효과가 좋은 콘텐츠라도 소비되지 않는다면 효용성을 발휘할 기회는 없습니다. 교육 콘텐츠도 충분한 상품성을 지닐 때 교육 효과의 파급력이 생겨요.
  • 당장의 수요보다 앞으로 늘어날 수요를 예측한 기획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요. 새해엔 어떤 트렌드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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