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되는 DNA는 따로 있나요?

“신입 마케터로 입사해도 레모네이드에서 마케터로 1년 경력이면, 다른 회사에서 파트장을 맡을 정도는 해요. 콘텐츠/퍼포먼스 가리지 않고 마케팅의 끝판왕을 경험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유라 (레모네이드 CIC 대표)

레모네이드의 핵심 포지션인 마케터에 관한 서유라 레모네이드CIC 대표의 설명이다. 회사 자랑인지 구직자를 향한 선전포고인지 둘 다인지 알 수 없지만 레모네이드의 마케터들이 보통 사람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만나봤다. 레모네이드에서 1년만 해도 실력자 마케터가 된다는데, 이런 능력자 집단에서 리더가 된 ‘팀장’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레모네이드에 마케터로 합류해 현재는 각각 ‘가벼운학습지 팀’, ‘신사업 1팀’, ‘신사업 2팀’을 리드하는 이지선, 김준혁, 황은송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성격도, 전공도, 이전 직장 경력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놀랍게도 일을 대하는 시각에서만큼은 비슷한 관점을 공유했다.


이지선 | 가벼운학습지팀 팀장 aka 프로 승진러

Q: 레모네이드에 팀원으로 입사해서 1년도 되지 않아 두 번 승진하고 마케팅팀의 팀장이 됐다. 원래 마케팅 천재였나? 

A: 아니다. 정치학을 전공했고, 석사과정도 밟았다. 학부 졸업 후에 여론조사 기관에서 리서치를 했는데, 석사 졸업 후 그 분야로 돌아가지 않았다. 시장이 작았고 반드시 정당이나 학교와 같은 기관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지든 온전히 내 실력으로 팀을 꾸리거나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논문 쓰는 게 재밌어서 박사를 할까 생각도 했는데, 정치학 그 자체보다는 남을 설득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들이 글 쓰는 일을 좀 도와달라고 했는데, 그 일들이 ‘콘텐츠 기획’이었다. 하나둘 지인을 돕던 프로젝트가 내 포트폴리오가 됐고, 이 이력으로 마케팅 대행사에 들어갔다. 이 회사에서는 콘텐츠 감각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퍼포먼스 마케터로 키우려고 했는데, 마침 나는 통계학 공부를 했던지라 숫자를 보는 것도 좋아해서 적합한 지원자였다. 그래서 3~4년의 여론조사 리서처 경력을 포기하고 20대 후반에 새내기 퍼포먼스 마케터가 됐다. 

Q: 첫 직장에서는 어땠는지, 그 후 레모네이드에는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A: 첫 직장의 사수는 ‘절벽에서 밀어뜨려서 올라오는 사람만 키우겠다’는 성향을 가진 분이었다. 그래서 팀원이 나를 포함해 두 명만 남고 모두 퇴사했다. 그 과정을 버텼더니 정말 빨리 성장했다. 퍼포먼스 마케터의 스킬, 데이터 분석, 콘텐츠 기획 실무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았다. 그 후 회사에서 다른 마케팅팀을 합병했는데, 그 팀은 정말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일해? 광고주에게 돈 받은 만큼만 하지 왜 이걸 다 하는 거야?”라는 말을 새로운 상사와 팀원들로부터 많이 들었는데 내 생각은 달랐다. 내가 하던 만큼 하지 않으면, 우리 팀 광고주는 기존에 나에게 받던 서비스를 못 받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그 광고주의 성과가 나의 포트폴리오이기도 해서 일을 덜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 상품에 욕심내는 게 어색하지 않은 조직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인하우스로 이직을 결심했다. 여러 오퍼가 들어왔는데, 레모네이드는 퍼포먼스 마케터의 직무에만 국한되지 않고, 콘텐츠의 고민도 할 수 있으면서 일의 자유도가 높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Q: 원래 어학 교육에 관심이 많았나?

A: 아주 솔직히 말하면, 어학이나 교육이나 둘 다 원래 관심을 가진 분야는 아니었다. e-commerce 마케팅을 하고 싶었다. 레모네이드는 콘텐츠에 강점이 있으면서도 커머스를 제대로 한다는 점이 좋았다. 커머스에 집중하는 회사는 프로덕트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레모네이드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 마케팅을 잘하는 것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마케팅 그룹과 프로덕트 그룹이 서로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공유하면서 우리의 과업을 더 잘 수행하도록 노력한다는 점도 좋다. 

Q: 레모네이드에서 처음 팀장이 되었는 데 새로운 역할은 마음에 드는가? 또, 어떤 팀장인지도 궁금하다.

A: 단지 마케터로서가 아니라 리더가 되어 비즈니스의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올라운더로서 시야를 넓혀가는 과정이 좋다. 이제는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 역할도 주어졌는데, 이건 매일 고민하고 배우면서 레벨업을 하고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나의 팀원이 원하는 것과 회사에서 원하는 것의 눈높이를 맞출까, 어떻게 팀원에게 동기를 부여할까, 이 사람의 성향은 어떨까 생각한다. 천성이 사람을 잘 믿고 좋아하고 정이 많다. 그런데 팀장이 되니 때로는 남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면서 감정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하니 어렵고 부담이 많이 됐다. 몇개월 지나면서 인간적인 정만 너무 많이 주는 것은 나의 팀원을 진정으로 성장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너무 친근하게만 대하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주었을 때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팀원 하나하나가 힘들어할 때마다 내가 그 영향을 받으니 업무에 쓰여야 할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균형을 잘 잡으려고 노력한다.

Q: ‘가벼운 학습지팀’을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으며, 어떤 팀원을 선호하는가?

A: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팀이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만들려고 한다. “아이디어를 낼 때 예산이나 구현 방법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시고, 내가 소비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자유롭게 생각을 말해주세요.”라고 자주 말한다. 실현 가능성이 없을까 봐, 혹은 내 생각을 공격받을까 봐 의견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실행 방법은 다시 논의하면 되기 때문이다. 인재상에 관해서 말하자면,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팀원이라기보다는 우리 회사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경험치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다. 스타트업에서는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됐다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방향을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여러 사람이 힘들어진다. 엎어진 프로젝트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배운 바가 있으며 그 경험치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들이 빨리 성장하게 된다. ‘실패’로 끝난 프로젝트에 들인 노력을 ‘헛짓’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또 이만큼 배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고 싶다.  


황은송 | 존재가 역사, 회사와 함께 성장해온 신사업 1팀 팀장

Q: 패스트캠퍼스 마케터로 입사해서, 레모네이드의 마케팅 총괄을 하다가 지금은 신사업을 맡았다. 입사 계기부터 변화의 과정이 궁금하다.

A: 입사 전 대학교 선배와 함께 디자인 서비스 플랫폼의 창업 스타팅 멤버로 일했다. 그때 막 디지털 마케팅이 시작되던 시점이었는데, 배우고 싶어도 주변에 이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에 이미 패스트캠퍼스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강의를 하 있었고, 저 회사에 가면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겠구나 싶어서 지원했다. 콘텐츠 마케터로 지원했는데, 회사에서는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퍼포먼스 마케터 경력이 전무했는데, 대학 때 교수님과 빅데이터 저서를 쓴 적이 있어서 그 이력을 보고 제안을 준 것 같다. 이후, 패스트캠퍼스에서 1년 정도를 보냈을 때, 혼자서 관리하던 광고 캠페인이 30~40개가 되니 어떻게 더 잘할지 연구한다기보다 쌓이는 업무를 쳐내고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고갈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때마침 패스트캠퍼스 랭기지(레모네이드의 옛 이름)에 공석이 나서 옮기게 됐다. 매달 새로운 상품을 론칭하기보다 주력 상품 몇 개에 집중해 꾸준히 마케팅을 고도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4년 정도 일하면서 여러 언어 학습 브랜드를 론칭하고 이곳의 모든 마케팅 업무를 총괄했는데, 이곳에서도 번아웃을 느낄 때쯤 신사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아 팀을 변경했다. 

Q: 오랫동안 마케팅을 총괄하다가 신사업팀을 맡았다. 업무가 아주 다를 것 같은데 어렵지는 않나?

A: 업무가 아예 다르다기보다는 관리하는 브랜드가 성장 곡선상에서 다른 위치에 있다. 예를 들어, ‘가벼운 학습지’는 이미 시장에서 잘 성장한 브랜드를 내가 더 키워나가는 느낌이라면, 신사업팀에서는 내가 맡은 브랜드가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 이걸 살리느냐 마느냐가 나에게 달린 것이라 상품을 대하는 시선 자체가 다르다. 또, 신사업이다 보니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도 레거시도 없고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공식도 없다. 새 사업을 살리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면서 방식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내가 맡은 일의 규모 자체는 예전보다 작아졌는데, 훨씬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고, 없던 것을 만들어간다는 재미가 있다. 솔직히 처음엔 ‘이거 못하겠다’,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물러나고 싶지 않았고 오기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던 상품에 힘을 실어주는 일을 했지만, 0부터 시작한 이 신사업 프로젝트를 살려내서 레모네이드의 성공을 또다시 만들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에는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와 비슷한 성향인 사람이 많다. 그래서 여럿이 함께 노력하니 안될 것 같은 일들을 되게 만들고 있는데, 이런 과정이 신기하고 재밌다. 앞으로 새롭게 만나게 될 팀원도 이 기쁨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Q:2018년에 입사해서 계속 함께하고 있는데, 경영진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된 멤버 중 하나다. 지난 5년 동안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

A: 솔직히 항상 힘들었는데, 그중에서도 꼽으라면 가벼운 학습지가 시장에서 소위 ‘대박’을 만들어 냈던 시기다. 성취의 기쁨이 가장 크면서도 가장 힘들었다. 레모네이드 전체에 마케터가 5명 정도 있었다. 상품이 잘 될수록 일은 더 밀려 들어오고, 인력은 모자라서 매일 자정을 넘겨서 퇴근할 정도로 일했다. 성과를 잘 냈기 때문에 결국 회사에서 많은 지원이 있어서 모자란 일손 문제는 해결이 됐는데, 4명의 팀원을 관리하는 팀장이다가 이제 십 수명을 관리하는 리더가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음이 더한 난관이라고 느꼈다. 뒤돌아보면 매 순간이 챌린지였는데, 도망가거나 그만하고 싶지는 않았다. 힘든 만큼 큰 성취가 올 것이란 것을 그동안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힘든 과정 뒤에 오는 큰 성취감은 중독성이 있고, 레모네이드는 역경과 그에 따르는 보상이 계속 반복되는 일터다. 사실 엄청 힘들다가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아드레날린이 솓구치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 이런 순간들이 반복해서 찾아오니, 계속할 수 있다. 

Q: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간을 함께한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있다면?

A: 오래 다녔기 때문에 굉장히 많이 배웠다. 입사 전에도 지인과 창업한 경험이 있지만, 그땐 뭣도 모르고 장사하는 느낌에 가까웠는데 이곳에서 일하면서는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창업가 정신을 장착하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케터로서 뛰어난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회사에 다니면서 마인드 셋이 많이 바뀌었다. 요즘은 마케터로서 창의적인 시각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이상으로 전략과 비즈니스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나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곳이 아니라 나가서 뭘 해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회사를 떠나는 일이 있다면, 이유는 이직이 아니라 창업일 것이다.

Q: 3년 차 팀장이 되었다. 리더십의 스타일은 어떠한가?

A: 초창기와 비교해 많이 바뀌었다. 처음엔 ‘너도 일만 잘하면 되고, 나도 일만 잘하면 되니 우린 일 이야기만 하면 돼.’와 같은 마인드가 있었다. 그래서 할 일에 대해 정확한 가이드를 내리고, 업무와 관련해 오류 없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거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 어쨌든 일하는 주체는 ‘사람’이니 사람을 챙겨야 한다는 걸 계속 깨달아 나간 것 같다. 지금은 인간적인 소통을 통해서 팀원에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사실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누구든 하기 싫은 일, 힘든 일, 왜 하는지 모르겠는 일이 있다. 팀원에게 회사만 위해서 일하라고 할 수는 없다. 일을 대하는 개인의 만족도가 채워지지 않으면 꾸준히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팀원의 만족도를 챙기고, 회사에서 바라는 일이 있을 때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팀원을 설득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협치의 과정이 어렵다. 어렵지만 내가 잘 해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팀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쓴다. 업무는 타이트하게 진행될지라도 업무 외적으로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빡세지만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추구한다. 


김준혁 | ‘겉차 속따’ 신사업 2팀 팀장

Q: 대기업에 합격했으나 입사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대감집(?)을 마다하고 왜 스타트업에서 마케터가 되었나?

A: 대기업 영업 관리직에 지원해 실습까지 나갔고 최종합격했다. 물론 회사가 크고 초봉이 높았지만, 매일 반복된 삶 속에 성장의 한계가 금방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지 않았다. 빠르게 성장하고 싶었고, 내 능력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일한 만큼, 성장한 만큼 내 실력을 가장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직무가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마케터에게는 숫자가 곧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마케터는 역량에 따라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 점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먼 훗날 사업을 한다고 해도 마케팅 경력이 큰 도움을 줄 것 같았다. 또, 나에게 책임과 권한이 어느 정도 주어지면서, 나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 모두 맛볼 수 있는 일터를 찾다 보니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이 눈에 보였다. 다시 취업 준비를 하면서는 스타트업 위주로 이력서를 냈다. 

Q: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규모가 큰 회사에서 비교적 작은 조직인 레모네이드로 옮겨왔다. 이유는 무엇인가?

A: 전역 후 26살에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남자치고는 또래보다 일찍 사회인이 됐고 전 직장에서 서른에 팀장이 됐다. 아직 실무에서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를 익히고 스킬도 쌓고 싶은데, 너무 일찍 관리자가 되어 큰 그림을 보고 지시만 하게 되는 것이 아쉬웠다. 실무를 더 배우고 싶어서 이직을 결심했고, 레모네이드에 입사 후 한 달 정도 실무를 맡았다. 그런데 SEO/SEM 파트가 신설되면서 다시 팀장이 됐다. 레모네이드에 입사한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내게 주어진 일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어쨌든 다시 팀을 맡았으니 주어진 과업을 잘 수행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더 넓게 보고 더 크게 생각하면서 팀원을 잘 가이드하고 싶었다.  

Q: 현재는 마케팅팀이 아니라, 신사업 2팀 팀장이 됐다. 어떻게 신사업팀을 맡게 되었는지, 업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A: 레모네이드에 입사할 때, 유라님(레모네이드CIC 대표)이 5년, 10년 후에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때 CMO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저 마케터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은 게 아니라 높은 레벨에서 비즈니스를 전체적으로 보는 시야와 안목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또 회사에 다니는 중에도 언젠가는 개인 사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마침 레모네이드의 신사업을 맡아보는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고 수락했다. 
신사업팀에서는 업무의 범위가 넓어졌다. 전에는 이미 잘되고 있는 기존의 상품을 계속 잘되도록 마케팅을 고도화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새로운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하여 성장시키고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일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컴퍼니 빌딩으로 데이원컴퍼니와 레모네이드CIC가 탄생했듯, 우리는 새로운 브랜드를 끊임없이 키워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제는 마케팅 전반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외부 커뮤니케이션, 계약, 목표 수립 등 어떤 ‘직무’라는 개념에 국한되지 않는 일을 하게 됐다. 그야말로 새로운 ’사업’이다.     

Q: 리더로서 어떤 사람인가?

A: 진짜 솔직히 말하면 좀 냉정하고 차갑다. 속마음이 전혀 그렇지는 않다. 팀장 경력이 좀 되다 보니, 내가 냉정하고 차갑지 못했을 때 후폭풍이 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관리자가 정에 의해서 움직이거나 어떤 사람에게만 예외를 적용하면 결국 탈이 나게 된다. 팀원들의 고생과 힘듦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겉으로는 ‘매출’이라는 두 단어만 이야기하게 된다. 초보 리더일 때, 무슨 말이든 다 들어주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팀원의 성장에도 방해가 됐고, 전체적인 팀 분위기도 무너졌다. ‘힘들다고 하면 들어주는구나, 그러면 나도 빼주는구나.’ 이런 게 만연하면 결국 일도 사람도 다 놓친다. 요즘은 알면서도 좀 못들은 척 한다(웃음). 

Q: 레모네이드의 업무 진행 방식을 평가해본다면?

A: 대개 스타트업들이 속도가 빠르지만, 레모네이드는 특히나 의사 결정과 일 진행 속도가 정말 빠르다. 이 속도감 속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마케터는 처음부터 대단한 걸작을 내놓는다기 보다는 빠르게 실행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고 즉각 대응하면서 일을 진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레모네이드는 이 매커니즘에 최적화된 업무방식을 갖고 있다. 나는 이러한 빠른 속도와 실행 정신을 높이 사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평가가 엇갈릴 것 같다.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남들과 비슷한 속도로 일하면서 일상의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 회사에서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업무에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고 회삿돈으로 내 사업을 하듯이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을 해볼 만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인사이트 정리

  • 실패한 경험도 커리어 발전에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결과를 회고하고 다음번에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자세가 중요해요.
  • 과정이 힘들수록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더 큰 성취감과 성장이 찾아옵니다.
  • 너무 빡빡한 기준만을 내세워서도, 너무 애정만 주어서도 팀원을 성장시킬 수 없습니다. 이 균형점을 잘 찾아야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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