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꿈꾸다 대표가 됐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수님이 갑자기 제게 책을 같이 쓰자고 하신 적이 있어요. 전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시절인데, 약간의 가능성을 보고 선뜻 손을 내미신 거죠. 저도 그런 리더가 되려고요.”

서유라 (레모네이드 CIC 대표)

대중의 시선을 가볍게 끌고, 곧 기억에서 휘발할 내용으로 그를 소개하는 글은 여기저기 있다.  ‘K-pop 아이돌에 빠져 한국어를 배웠다.’ ‘미국의 명문 사립 학교 출신에 다중언어를 구사하는 인재다.’ ‘외국 여성이 한국 회사에 주니어로 입사해 20대에 경영진이 되었다.’

레모네이드 CIC 대표인 서유라를 조금은 설명할 수 있는 ‘팩트’ 들이지만, 그래서 그가 어떤 리더인지, 그가 이끄는 조직은 어떤 곳인지, 그는 어떤 철학을 가진 사업가인지 궁금한 이들의 갈증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조금 더 Deep한 대화를 나눴다. 사업가이자 리더인 서유라는 어떤 사람인지, 그의 팀원과 그가 레모네이드에서 이루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의 꿈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일단 저지르고(?) 굴렀다.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것은 해야 직성이 풀렸고, 남들이 으레 다 해도 하기 싫은 것은 거부했다. 될지 말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일단 하면서 방법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에 정착하던 과정도 그랬다. 일단 여행 비자를 받고 서울 땅을 밟았다. 이곳에서 일하고 싶었으니까. 페이스북에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스타트업을 발견했다. 채용 공고로 향하는 링크를 눌렀더니 구글 문서에 구구절절한 연애편지처럼 1인칭으로 작성된 글이 있었다. 데이원컴퍼니(구, 패스트캠퍼스)의 이강민 대표가 쓴 자기소개 겸 채용 공고였다. ‘창의적인데?’ 하는 생각에 면접을 봤더니 내일도 아니고 지금부터 출근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렇게 취업이 됐고 본격적인 ‘구르기’가 시작됐다.

데이원컴퍼니 대표 이강민 (특징: 뛰어난 글솜씨로 연애편지같은 채용공고를 작성하여 지원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초등학교 때, 한국인 교포 2세들이 다니는 ‘토요 한국어 학교’를 찾아갔다. 자발적으로 ‘사랑의 매(문화충격이었다)’를 경험하면서까지 익힌 한국어지만, 당장 비즈니스 현장에서 사용하기엔 당연히 조금은 버거웠다. 그러나 K-스타트업은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빡셌다. 느리고 평온한 삶이 싫어 캐나다를 떠나 한국으로 왔는데, 아주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왔다.

“사실 매일 부들부들 떨면서 퇴사를 되뇌었어요. 처음엔 딱 1년만 하고 나가야지 생각했죠. (웃음)”

입사하자마자 외국어 교육사업을 맡았는데, 혼자 오롯이 모든 것을 담당했기에 회계도 행정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일이 꼬여서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150명 분의 선결제 금액이 전액 환불될 위기가 닥쳐도 누구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뭐가 어찌 되든 알아서 처리해야 할 뿐.

퇴사각 재던 외노자, 대표가 되다

퇴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그런데 나갈 때 나가더라도, 뭐 하나는 이뤄놓고 나가고 싶었는데 아직 성공한 게 없었다. 매출 1억을 달성하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뤄놓고 보니 어디 가서 자랑할 만한 성과 같지는 않았다. 3억만, 10억만, 50억만 하던 목표치가 점점 커졌다. 경쟁심이 강하다는 걸 알아봤던지, 자신을 제대로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을 읽었던 것인지 박지웅 의장이 마침 이 시기에 서유라의 오기에 불을 제대로 지폈다. 

“칭찬도 잘 안 해주시거든요. 이 사람이 날 완전히 인정하면 퇴사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300억 매출이라는 성과를 냈는데 ‘이 정도 하는 사람은 많아. 1천억 정도는 해야 어디에 명함이라도 내밀지 않겠어?’ 하시는 편이세요. 그럼 저는 그때부터 1천억 어떻게 만들지 궁리만 하는 거죠.”

박지웅 의장,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특징: 팀원 조련에 능함)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할 때마다 더 큰 목표치를 내놓는 상사의 가이드에 ‘도대체 원하는 숫자가 뭐야’라는 반발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능력을 인정받고 쿨하게 퇴사’하겠다는 의지로 계속한 도전은 국내 어학 시장에서 새바람을 일으킨 브랜드를 하나둘 만들어 냈다. 그리고 1년만 다니고 퇴사하려던 서유라는 입사 후 4년 레모네이드CIC의 대표가 됐다. 

조금 빡센 박애주의자입니다.

해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사회인으로서 리더의 역할을 해본 적은 없었다. 한국 회사에서 리더가 되었는데, 주변에 이렇다 할 리더십의 롤 모델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서 원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과 리더의 모습이 상충하는 부분도 많다고 느꼈다. 리더로서의 이상적인 모습을 찾는 것도 하나의 큰 과제가 됐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학교 다닐 때도 나를 귀찮게 하고 힘들게 했던 선생님들이 지나고 나니 나를 제일 많이 신경 써주는 사람이었다는 걸 느꼈거든요. 졸업하고 보니 그분들이 내게 큰 도움이 되었고, 인성적으로도 나를 성장시킨 사람이었어요. 의장님도 그런 면에서 나를 힘들게 했지만, 성장에 큰 도움을 주신 분이죠.”

과정이 힘들었을 때 더 큰 결실이 찾아온다는 것을 학교와 일터에서 스승과 사수로부터 배웠다. 그래서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리더가 되어서는 익힌 대로 행했는데,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너무 강경한 리더십만 발휘했던지, 단체 면담에서 팀원 모두가 눈물을 짓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서유라 대표

“말투가 무섭고, 디렉션이 세고, KPI가 너무 높고 칭찬이 없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왜 좀 빡세게 가이드를 했는지 설명을 많이 했었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결론적으로는 해피엔딩이었다. 그때 눈물짓던 팀원들과는 이직 후에도 아직 연락을 주고받고, 지나고 보니 크게 성장했던 시기였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스스로는 리더십의 형태를 많이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표현하는 법을 바꾸었고, 지금은 칭찬을 많이 하면서 동기부여를 하려 노력한다. 

“팀원에게 식사는 잘했냐는 안부 인사를 건네야 하는지 몰랐어요. 책으로 배우고 연습했죠. 그 와중에도 변하지 않은 것은 있어요. 연차가 낮은 팀원들은 대개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기보다 스트레스받으면서 모자란 점을 채우려고 노력해요. 저는 장점을 계속 키우면 한계는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잘하는 점을 계속 칭찬하면서 잠재력을 끌어올리려 해요. 누구든 자신을 한계 짓지 않도록. 나의 가능성을 계속 상상하면 항상 더 발전한다고 믿어요.”

서유라는 리더로서의 꿈이 있다. 팀원이 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어쩌면 이기적인 박애주의라고 설명했다. 팀원 모두가 잘되어서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 되면 곧 자신의 자산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 잘되면 그간 해왔던 고생조차 행복한 기억이 될 것이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족만큼이나 끈끈한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진심을 담은 우스갯소리로 팀원들에게 우리 열심히 해서 모두 40대가 되기 전 포르쉐(Porsche) 차주 동아리를 만들자고 이야기한다.

레모네이드가 나아가는 길

레모네이드는 매일 조금씩 성취감을 느끼는 외국어 공부가 고객 삶의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왜 어떤 사람은 성공하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어떤 사람들은 쉽게 포기를 할까? 누구라도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 수는 없을까? 사업가 서유라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에 던지고자 하는 화두도 조직을 이끄는 철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메시지를 던지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서유라는 레모네이드의 고객이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고 계속 성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회사의 초기 멤버들이 오래 버티는 이유에서 답을 찾았다. 

“크고 작은 성공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비록 과정이 힘들더라도 열매가 주는 달콤한 맛을 알기에 고된 과정을 또 버텨요. 일주일 열심히 공부한다고 외국어에 말문이 트이거나, 인생이 갑자기 바뀐다거나 하지 않아요. 그런데 매일 꾸준한 노력으로 작은 성공을 자주 만들어 온 사람은 성취감에서 온 엔도르핀이 삶의 모든 부분으로 전파됩니다. 그게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 가파른 성장 곡선이 만들어져요.”

그래서 성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일상의 작은 성공경험을 전달하는 교육상품을 만들었다. 레모네이드는 강의와 학습을 통해 ‘외국어를 마스터한 사람의 수’로 교육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다. 고객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매일 조금씩 성취감을 느끼고 학습의 효능감을 극대화하면서 삶의 전반에서 풍요로움을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다. 

“제가 세상에 전파하고픈 가치가 교육 회사와 딱 맞는 것 같아요. 사내에서는 팀원이 성장하고, 성장한 팀원이 리더가 되어 또 다른 어린 팀원을 성장시키길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비즈니스에서는 우리 상품으로 고객이 성장하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더 많은 고객에게 성장하는 삶의 가치를 전달하는 선순환을 일으키고 싶어요.”

✍️오늘의 인사이트 정리

  • 팀원의 성향을 잘 알아채고 장점에 집중하는 리더십은 성장을 끌어냅니다.
  • 과거 팔로워 경험에서 배운 것을 지침으로 삼되, 현재의 상황에 맞게 균형을 잘 맞추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 자기 능력을 한계 짓지 말고, 작은 성취를 계속 늘리다 보면 크게 어느 날 크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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