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교육 0원 시대. 왜 유료 강의가 점점 잘 되지?

취업 준비생은 취업난을, 기업은 구인난을 말한다. 기업이 구직자에게 원하는 ‘직무 스킬’과 취업 준비생이 지닌 ‘역량’ 사이에 큰 갭이 있기 때문이다. 이 미스매칭을 해결해보고자 정부는 취업 교육 기관과 취업 준비생 모두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수강료 0원~! 6개월이면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어요!” 라고 말하는 취업 부트캠프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는 이유다.

연 1.5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지원금으로, 수강생은 비용 부담 없이 수개월 동안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부트캠프 운영 기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수강생에게 수업료를 직접 받을 때보다 국비 지원사업으로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의 액수가 더 크다. 그래서 거의 모든 취업 부트캠프는 국비 지원사업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런 이점을 모두 뒤로하고, 제로베이스는 완전 유료 취업 부트캠프만을 고집한다. 분명, 사업적 수지타산에는 맞지 않는 일처럼 보인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제로베이스를 운영하는 스노우볼CIC 김지훈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데이원컴퍼니 스노우볼CIC 대표 김지훈 (유튜브에서 보기)

취업 교육의 주객전도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에서 국비 지원 취업 교육은 국가와 교육기관과 수강생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제도다. 그러나 교육 기관이 국비 지원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선정 요건에 따른 준비가 필요한데, 문제가 이 지점에서부터 발생한다. 교육기관이 수강생의 취업이라는 가장 중요한 목적보다 사업 수주라는 단기 목표에 자원을 더 할애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비 지원 사업 선발 시 취업률도 기준에 포함되어 있지만, 여러 요소 중 하나이며 요구 조건이 높지 않다.)

“예를 들어, 국비 지원 선정 요건에는 자사 서비스 내에서 교육 내용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지도 포함되어요. 시험지를 구글 문서로 제공하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거죠. 저는 이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수강생이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학습하든 취업이 더 잘되는 교육을 제공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제로베이스는 취업 교육 본연의 목적에 집중하기로 했다. 국비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경쟁 대신 수강생의 취업 하나만 바라본다.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의 효능감이 먼저다. 취업 교육 수강생의 입장에서 취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제로베이스가 국가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다.

목이 타야 우물을 ‘잘’ 판다

제로베이스는 수강생이 내는 수업료로 운영되기에 취업 준비생이 선택하지 않으면 계속될 수 없는 서비스다. 사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정복해야 할 과제도 오직 하나 ‘수강생의 취업’이다. 수강생 취업률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취업 준비생이 제로베이스를 찾을 것이다. 사업의 생존을 위해서든 성장을 위해서든 더 치열하게 취업 시장을 분석하고, 끊임없이 커리큘럼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 지원금이 넉넉히 있다면 조금 편하게 운영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러지 않고 배수진을 치기로 했죠. 우리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할 때 우리 서비스가 고객의 문제 해결을 위한 날카로움을 잘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유료 교육은 수강생에게도 경쟁력으로 승화될 간절함을 충분히 불어넣는다. 고객은 온전히 자기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제로베이스를 선택한 만큼 구매한 서비스를 통한 효능감, 즉 취업을 위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길 원한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뾰죡하게 피드백한다. 또, 고객의 쓴소리에 반응한 제로베이스의 변화는 다시 수강생 실력 향상의 밑거름이 된다. 

비용 지불과 수강생 경쟁력 간의 인과 관계는 그간 운영 경험을 통해서도 명확히 확인된다. 선불제로 수강료를 지불한 수강생의 부트캠프 수료율은 평균 80%에 달하며, 과정 수료 후 수강료를 지불(중도 탈락하면 수강료가 면제된다)하는 후불제 수강생의 수료율은 20%에 머문다.  

결국, 수강생의 취업 시장 경쟁력을 위해서도 제로베이스의 취업 부트캠프 시장 경쟁력을 위해서도 유료 교육을 고집해야 서로의 목표 달성에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독한 고군분투, 그 결과는?

2022년 한해, 제로베이스가 이룬 성과는 화려하다. 데이터 과정은 졸업생 취업률 100%를 달성했고, 비전공/무경력 취업 준비생은 수강 4개월 만에 UIUX 디자이너가 되었다. 백엔드 스쿨 강의 만족도는 97.4%를 기록했고, 프론트엔드 스쿨 입과생은 한해 전과 비교해 15배 늘었다.

요즘 제로베이스 스쿨에서는 매주 20~30명씩 새로운 취업 소식이 들린다. 어떤 과정에서는 16주 연속으로 계속 취업자가 나왔다. 국비 지원 수업을 듣고 나서 제로베이스를 찾는  수강생도 여럿이다. 그들은 “확실히 콘텐츠가 다르다”고 말한다. 

“정부 지원 취업 부트캠프가 교육 콘텐츠마저 최상의 질을 유지한다면, 제로베이스는 진작에 망했을 겁니다. 그간 힘겨울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결제액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예요. 무료 교육이 많은데도 제로베이스를 선택한 건 우리 콘텐츠가 몇백만 원을 내고 수강할 만한 교육이라는 걸 방증합니다.” 

제로베이스의 선택과 집중

어떤 취업 부트캠프는 까다로운 기준으로 소수의 취업 준비생을 선발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제로베이스도 커넥to(‘무조건간다 네카라쿠배’가 개편한 과정)라는 이름으로 수강생을 선발해 좋은 회사에 합격시키는 과정을 운영하기도 했다. 

“물론 학생을 선발해서 가르치면 결과가 우수하죠. 그런데 문득, ‘동기부여가 이미 잘된 친구들은 우리가 아니어도 취업을 잘할 텐데 왜 굳이 우리가 해야 해? 우리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더 우리를 선택할 이유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커넥to는 모집을 중단했습니다.”

이번에도 더 큰 가치를 위해 눈앞의 달콤함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제로베이스는 시장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원래 능력과 의지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기본기가 없는 사람이 취업 교육을 받고 취업에 성공해야 ‘시장의 문제’가 해결된다. 소위 말해 ‘뒤쳐진’ 인생에 전환을 만들어내는 교육을 해야 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당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국비 지원 사업을 거부하고, 우수한 수강생을 선발해 뛰어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수강생 선발을 중단했듯이 앞으로도 제로베이스는 쉽고 편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끊임없이 변화하는 취업 시장에서 가장 취업에 특화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는 일도, 오늘의 성과에 기뻐하며 안주하는 일도 없다. 그러나 확신한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다면 결국 더 많은 이들이 제로베이스를 찾을 것이다.   

✍️오늘의 인사이트 정리

  • 단기 이익을 얻기 위해 비즈니스의 궁극적 목표가 후 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궁극적으로 어떤 선택이 최상의 가치를 가져올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 비용 없는 서비스는 고객과 판매자에게 모두 부담을 덜지만, 서비스의 효능감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경쟁자가 따라 할 수 없는 독보적인 가치를 만들어 낸다면, 치열한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비즈니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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