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뭔 대표가 다섯이나 돼?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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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물러나 더 큰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새로운 일을 해볼까 싶어 신규 사업을 한두 개 시도했다가 빠르게 접었다. 인수할만한 회사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이제 회사에 기여하는 바 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힘들어서 바꾸었는데 더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던가.

마음을 가다듬고자 지나온 길을 돌아봤다. 2014년, 막 대학을 졸업한 청년 몇 명이 모여 동아리처럼 시작한 회사는 매년 두 배씩 기하급수적 성장을 거듭했다. 오프라인 교육으로 시작한 사업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재편됐고, 성장세는 더더욱 급물살을 탔다. 퀴퀴하고 어두운 지하에 위치하던 사무실은 이제 지하철 역사 명으로도 쓰이는 번듯한 빌딩에 자리 잡았다. 창립 후 8년, DAY1COMPANY는 1,000억 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하고 수백 명의 직원이 모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생존만을 위해 분투하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리고 문득, 이제는 어느 정도 성장까지 이루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이 회사가 마치 하늘로 쏘아 올려진 로켓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면을 떠난 우주발사체는 대기가 옅어질 때쯤 1단 로켓의 연료를 소진하고, 2단 로켓으로 동력을 전환한다. 데이원컴퍼니라는 회사가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뿐만 아니라 정확히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 방향의 정교함까지 더해야 하는 시기였다.

해야 할 일이 다시 하나둘 보였다. CIC의 대표들은 단기간에 좋은 실적을 내면서 빠르게 성장한 인재이면서 개성도 장단점도 뚜렷한 2, 30대의 청년 리더들이었다. 잘하는 부분은 확실히 밀어주되 그들이 미처 돌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챙기기로 했다. CIC의 리더가 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할 때, 조직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서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일을 찾아냈다. 수백 명의 직원과 1대1로 면담하며 HR 이슈를 파악했다. 또, 기존의 B2C 비즈니스에서는 사업 부서를 지원하는 역할만 하는 개발팀이 B2B에서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가치를 창출할 길이 보였기에 B2B 솔루션 영업을 위한 TF팀도 만들었다.

한발 물러서니, 조직이 메워야 할 빈 곳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 명확히 보였다. DAY1의 CEO 이강민은 비즈니스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조직의 밑그림을 그리고 시스템을 정비하며 사업에 정교함을 더하는 설계자가 되었다.


새 사업 모델이 계속 생겨나는 이유

DAY1COMPANY는 고객이 평생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어떤 교육 콘텐츠라도 제공하는 ‘풀 스택(full stack)’ 교육 회사를 지향한다. 직장인, 자영업자를 막론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더 뛰어나고 싶은 개인이 찾는 교육 콘텐츠, 비전공자도 취업 시장에서 전공자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을 실력을 갖춰주는 부트캠프형 강의, 취미로 접근하여 부담 없이 학습하면서도 매일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외국어 교육까지. 물론 지금도, DAY1이 이미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보다 제공하지 않는 콘텐츠를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시대와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카테고리가 생겨나고 그에 따른 새로운 사업 모델이 추가될 것이다. 바로 그 ‘풀스택 교육’이라는 회사의 미션 덕분에, 대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즈니스가 여러 갈래로 뻗어났고 대표의 책임과 권한 이양이라는 파격적인 변화도 일어났다. 

인과관계가 아주 명확한 전개이니만큼 반대의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장 자신 있는 한길만 파거나, 여러 개가 있더라도 가장 잘 되는 하나만 선택한 후 나머지를 버리거나. 그러나 강민의 생각은 달랐다.

회사가 풀 스택을 표방할 수밖에 없을 만큼 욕심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조직에 많았거든요.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 봤어요. 5~6년간 어려운 시기도 같이 버티고 성장의 맛도 보면서 여기까지 함께 왔는데, 나는 대표이고 그들은 여전히 팀원 A라면 박탈감이 크지 않을까. 당연히 자기 사업을 하고 싶지 않을까. 이 친구들에게 걸맞은 권한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 뿔뿔이 흩어지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회사 안에서 기회를 찾고 우리가 다 같이 잘 될 방법을 더 원했죠.”

탐나는 인재를 품고 함께 성장하고픈 바람으로 다소 과격한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갑자기 판을 깨고 다시 정리하는 동안 힘든 시간도 있었다. 직원들은 여전히 ‘조직 개편이 크게 일어나 혼란스러웠다.’ ‘변화가 잦은 조직이라 적응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와 같은 피드백을 한다. 그러나 조각을 흩뜨리고 다시 맞춰나가는 과정을 겪는 동안, DAY1COMPANY가 구성원에게 심어준 공통적인 메시지가 있다.

“이 회사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막지 않고, 계속 기회를 줘요”

변화의 시작은 ‘혼자 다 하지 못할 것 같아서’라는 개인적인 이유였을지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직과 인재를 바라보는 강민의 관점은 확고해졌다. 
‘역량을 펼쳐보고 싶은 이에게 원하는 일을 할 기회를 주고, 자신의 역량을 증명한 이는 빠르게 성장시킨다.’ 
DAY1과 네 개의 CIC 구조는 리더 이강민의 의지가 가장 잘 반영된 회사의 모습이다. 


Epilogue:
조직 구조의 안정기? 글쎄요.

이제 DAY1이라는 조직의 구조가 잘 자리 잡은 것 같냐는 질문에 강민은 또 한 번 예상을 벗어나는 답변을 했다. 

“아니요, 자리를 잡는 게 있을 수가 없죠. 완벽한 시스템은 만들 수 없고, 만들더라도 오래 가지 않아요. 우리가 하는 사업의 내용과 크기가 변하기도 하고, 사람이 바뀌기도 하고, 경제 상황이 달라지기도 하죠. 그럼 그 변화에 맞추어서 조직도 유기체처럼 바뀌어야겠죠. 완벽할 순 없지만, 우리가 다 함께 잘될 수 있는 최적의 구조를 찾다 보니 조직의 모습이 조금씩 변했던 거예요. 그중 메이저 체인지가 CIC 체계의 도입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회사는 바뀌어 갈 거예요.”


✍️오늘의 인사이트 정리

  • 한 업계에서도 산업의 세부 카테고리에 따라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납니다. 사업 모델에 최적화된 조직 구조로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요.
  • 튼튼한 씨앗에 충분한 물과 햇빛을 주면 건강한 나무로 자라나 울창한 숲을 이룹니다. 준비된 인재에게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권한과 기회를 준다면 개인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조직은 한곳에 머무르지도, 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규모, 사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기적으로 대응하면서, 현 상황에 가장 알맞은 모습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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