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 잘하고 계십니까?

시장조사 잘하고 계십니까?

대학교 팀플 자료조사부터 어제 쓴 기획안까지, 기획자는 실무 하는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시장을 조사하고 분석한다. 시장조사는 기획의 가장 주요한 근거다. 그러나 기획안을 쓰다 보면 그저 ‘앞부분’ 정도의 역할로 가볍게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늘 해오던 일이나, 이전 성공한 프로젝트와 유사한 경우 더욱 그렇다.

시장 조사 하는 기술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곳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시장조사를 하는 태도와 핵심을 놓치지 않는 노하우는 실제 경험하지 않고서는 얻기 어려웠다. 오늘은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조사하고, 분석하는 일을 1년에도 10번 넘게 하는 콘텐츠 기획자인 패스트캠퍼스 B&G(Blockchain & Global) 팀의 J를 만났다.


가장 빠르게 1억 매출을 달성한 강의

Changer Says
‘한 번에 끝내는 영상 촬영과 편집’은 잘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시장에는 충분히 정복 가능한 퍼센티지가 남아있었고, 정말로 한 번에 끝낼 수 있도록 강의 범위를 패키지화한 것과 용호수님 섭외를 통해 만든 콘텐츠의 경쟁력도 객관적으로 강력했거든요.

패스트캠퍼스 B&G(Blockchain & Global)팀의 J는 트랙 레코드를 가지고 있는 기획자다.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보통 2달 안에 1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흥행의 척도인데 J가 기획한 한 번에 끝내는 영상 촬영과 편집(리뉴얼 됨)강의는 8일 만에 1억 원을 달성했다.

사실 그 당시 영상 제작/편집 교육 시장의 크기는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패스트캠퍼스에도 영상 제작/편집 강의가 있었고, 매출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압도적이지 않았다는 것. 시장이 큰 만큼 확보할 수있는 점유율도 높았다. 기존의 강의 상품을 철저히 분석하며 고객을 ‘영상의 제작과 편집을 전문적으로 하고자 하는 집단’과 ‘취미로 하는 집단’ 두 가지로 세분화했다. 전문 집단 타깃 강의는 너무 어려웠고, 취미 집단 타깃 강의는 너무 쉬웠다. 두 집단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다면 시장에서 독보적인 포지셔닝을 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이 모든 범위를 아우를 수 있는 비디오 아티스트 겸 영상 전문 유튜버 용호수의 섭외도 마쳤다.

독보적인 포지셔닝에 팬덤이 강한 연사까지. 어쩌면 흥행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장 조사는 대안의 연속

자료를 아무리 검색해도 딱 맞는 자료를 못 찾을 때가 있다. 리서치 능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자료가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다. 세상에 존재하는 통계자료의 양은 방대하지만, 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에는 통계 조사가 실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 경우에는 ‘유추’해볼 수 있는 수치와 요소를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

‘한 번에 끝내는 영상 촬영과 편집’ 강의도 끈기 있게 찾은 대안으로 시장의 흐름을 읽은 결과다. 영상 관련 직업 시장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학과의 졸업생 수를 취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취미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대안으로 유튜브에 취미용 영상 강의를 모두 리스트업했고, 유튜버의 구독자 수, 조회수 등을 확인했다.

경쟁사 분석도 마찬가지다. 경쟁사에서는 공시지표 매출 자료 외에 상품별, 서비스별 매출 자료를 쉽게 공개하지 않는다. 다행히 B2C 서비스나 상품 같은 경우에는 노출된 디테일에서 그 추이를 확인할 수있다. 찜(하트) 개수, 리뷰 수, 알고리즘 상단 노출 등을 크롤링해 데이터화 할 수 있다.

시장조사는 검색 몇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의미 있는 자료를 찾기 위한 ‘집요함’으로 완성된다.


숫자에 기대어 만든 강의, 부침을 겪다

Changer Says
용호수님과 함께한 강의가 대박이 나니까 구독자가 곧 매출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데 연사의 영향력은 곱하기의 역할일 뿐, 그 어떤 ‘보장’도 안되더라고요.

‘한 번에 끝내는 영상 촬영과 편집’ 코스의 성공으로 ‘영상 강의는 연사의 인플루언싱과 매출이 비례한다.’라는 한 가지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다른 영상 강의를 만들 때 가설에 따라 유튜브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연사를 섭외했다. 강의 제작이 내부적으로 컨펌되고 론칭되는 데까지 모든 과정이 수월했다. 이미 검증된 가설이라 생각했고, 가설에 맞는 숫자가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연사를 섭외하다 보니 연사의 콘텐츠 스타일이 가진 한계를 무시하게 됐고, 더불어 커리큘럼도 빈약하게 나왔다.

섭외하는데 신경을 쓰고, 커리큘럼 쪽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쓴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결국 강의 콘텐츠는 커리큘럼의 퀄리티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계기였어요.

감과 느낌은 근거가 아니라 동기가 되어야 한다

J는 현재 B&G팀의 팀장으로 블록체인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신사업팀을 이끌고 있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기술에 대해 높은 퀄리티의 강의로 제작, 글로벌 유통할 계획을 가진 팀이다. 그런데 이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 시장조사를 통해 내린 결론이 맞을까? 팀이 만들어진 직후 업계의 대표적인 기업이 도산하고, 시총 몇조 원의 코인이 상장폐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G팀은 강의를 론칭했다.

패스트캠퍼스가 시장조사를 하고 의사결정 하는 프로세스는 아주 큰 틀에서 세 가지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 시장의 규모가 충분히 큰가?
  • 시장은 성장할 것인가?
  • 시장 내 경쟁 제품 중에서 우리(패스트캠퍼스)가 경쟁력 있는 것을 만들 수 있는가?

Changer Says
코인 시장이 무너지면서 자금도 빠지고, 채용도 줄면서 시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콘텐츠가 충분히 흥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죠. 심지어 나와 있던 블록체인 기술 콘텐츠도 충분히 잘되고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그러나 J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될 것 같은 감과 느낌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감만으로 새로운 콘텐츠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는 일. 고민을 거듭하며 두 번째 질문을 다시 던져봤다.

‘블록체인 시장은 성장할 것인가?’

답은 Yes. 감과 느낌이 아니라 자료와 숫자가 대답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 규모가 2018~2024년에 연평균 67.3% 성장해서 235억달러(약 30조691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감과 느낌 때문에 조금 더 명확히 자료를 검토하니 ‘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JP모건, 골드만삭스가 크립토 씬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고, 구글과 인스타그램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정식으로 서비스한다. 타격을 받은 시장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재건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만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허들은 분명했다. 그 대안으로 강의의 퀄리티를 압도적으로 높였다. 시장에 나와 있던 기존 강의의 경우 지나치게 기술의 일부분만을 다뤘기 때문에 실제 업계에서 활용되기에는 부족한 퀄리티의 내용이었다. 타 블록체인 기술 강의와의 경쟁의 수준이 아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수준의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세 번째 질문 ‘시장 내 경쟁 제품 중에서 우리(패스트캠퍼스)가 경쟁력 있는 것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틀린 결정이 아니었다. 당초 목표했던 매출을 상회했다. 세계 블록체인 시장에서 주목받는 나라 중 하나인 국내에서 성공을 이뤘다는 뜻은 해외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높음을 의미한다. 감과 느낌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냉철한 시장조사를 통해 ‘되는 이유’를 찾은 것이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

B&G팀이 블록체인 강의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액션은 실제 업계 종사자 및 전문가를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블록체인에 관해서는 정말로 많은 자료가 있지만 정작 강의 제작에 필요한 자료는 없었고 책상 앞에서 찾아본 자료와 실제 현업의 계신 분들의 목소리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기술 트렌드의 변화가 워낙 빨라 자료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Changer Says
대면 인터뷰를 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남겨 놓은 몇 개의 점이 이어지는 순간이 와요. 시장을 조사하며 들었던 궁금증이나 잘 풀리지 않았던 방향에 대해서 답이 떠오르는 순간이요.

블록체인 강의의 기획 초안과 최종 강의의 커리큘럼을 비교하면 완전히 다르다. 현업 종사자는 일종의 시장분석 컨펌 담당자와 같다. 온라인으로 찾은 자료의 신뢰도가 판단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료가 충분하더라도 반드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다.


✍️오늘의 인사이트 정리

  • 시장조사에는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어떻게든 의미 있는 자료를 찾기 위해 방법을 고민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 시장조사로 도출된 숫자는 하나의 근거일 뿐, 콘텐츠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님을 명심하세요.
  • 감과 느낌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근거가 아닌 ‘되게 만드는 의지’의 이유가 되어야 합니다.
  • 시장조사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의 중요성은 굉장히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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