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자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얻는다

🎲 Game Changer: 패스트캠퍼스CIC 어효경 Pro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와 함께해 온 출판사 ‘열린책들’로부터 패스트캠퍼스에 베르베르의 강의를 런칭해줄 수 있는지 문의가 왔다.
패스트캠퍼스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로 ‘글쓰기’ 강의를 준비하던 콘텐츠 기획자 어효경에게는 절묘한 순간이었다. 글쓰기 강의는 글을 쓰는 작가와 작품의 명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탑티어 연사를 섭외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고, 섭외 리스트 맨 위에 올라가 있던 이름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였기 때문이다.

▲ 어효경이 기획한 패스트캠퍼스 The Red 글쓰기 카테고리 라인업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먼저 고백받은 것과 같은 설렘을 효경은 느꼈다. 그러나 일이 지나치게 잘 풀려갈 때는 의심의 감각을 세우는 편이 좋다. 베르베르의 강의 제작 요청은 패스트캠퍼스에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성인 교육 콘텐츠 회사에도 함께 갔던 것. 설렘과 달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경쟁력 있는 제안을 해야 했다.

운과 타이밍은 중요하다. 그래서 준비가 더 중요하다.

패스트캠퍼스의 연사 섭외는 그 중요성 때문에 치밀하게 이루어진다. 섭외 리스트를 쫙 올려놓고 콜드 메일만 성의 없이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한 명의 연사에 대한 사전 조사와 섭외 전략 수립을 통해 제법 두툼한 제안서를 준비한다. 특히 명성이 높은 연사의 경우, 비슷한 제안을 수도 없이 받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수월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열린책들’로부터 요청 메일을 받았을 때는 섭외 리스트 상단에 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위한 제안 준비가 사실상 끝난 상태였다. 이미 제안하기로 결정한 건이었으므로 패스트캠퍼스 내부 논의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왜 다른 곳이 아닌 패스트캠퍼스에서 작가의 강의를 런칭해야 하는지 튼튼한 근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제안서를 요청한 날에 바로 보낼 수 있었다.  출판사 담당자를 놀라게 한 탄탄한 준비와 빠른 속도였다. 가장 잘 준비된 곳과 빠르게 일을 진행할 수 있는데 어떤 실무자가 반기지 않을까. 그의 강의를 패스트캠퍼스에서 오픈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나치게 잘 풀렸다.’보다 ‘탁월하게 잘 풀어낸 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커뮤니케이션의 남다른 시작점

섭외라는 큰 산을 넘고 나면, 편안한 길이 펼쳐질 것 같지만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롤러코스터 같은 언덕이 이어진다. 특히 글쓰기 강의의 경우 작가와 출판사, 작가가 속한 에이전시 등 콘텐츠 컨펌 주체가 복잡할 정도로 많다.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컨펌이 빠르게 이루어지기 위해 콘텐츠 기획자는 악기 하나하나의 연주를 동시에 파악해야 하는 지휘자처럼 집중하고 신경 써야 한다. 그 와중에 가장 중요한 연사에게는 훨씬 높은 집중도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그의 마음을 얻고, 그가 더 많은 것을 강의에 담을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강의의 질을 결정한다.

Changer says
“주말마다 섭외하고 싶은 작가님의 책을 읽어요. 웬만하면 다 읽고, 작품과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하려고 해요. 만약에 작품을 다 읽지 못한다면, 각종 매체에 노출된 모든 인터뷰나 작가와 관련된 내용을 다 읽어요.

보통 책 한 권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작가의 책을 대부분 독파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드는 일인지 예상할 수 있다. 수고스러운 노력이 우둔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준비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작품 사이에서 자주 도출되는 키워드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뽑아낸 키워드는 작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활용된다. 작가가 마음과 머리에 품어온 키워드를 기획자가 먼저 표면화하고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더 이해해주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한다.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라면 특히 더.

▲ 어효경이 시작한 ‘글쓰기’ 강의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고, 효경은 글쓰기를 포함한 마케팅, 금융 등의 카테고리를 담당하는 기획4팀의 팀장이 되었다. 

SMALL TALK, BIG IMPACT

연사가 강의를 촬영해야 하는 패스트캠퍼스 콘텐츠의 특성상 아주 자잘한 커뮤니케이션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촬영 중 점심 메뉴를 골라 주문해야 할 때도 있다. 중요도가 높은 일이 아니지만, 효경은 이런 커뮤니케이션에까지 신경을 쓰고 노하우를 만들어 왔다.

Changer says
점심시간이 되어서 ‘강사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 이렇게 물으면 대개 부담스러워서 ‘전 아무거나 괜찮아요.’라는 답변을 하실 수도 있거든요. 점심때가 되어서 묻지 말고 아침에 만나서 가볍게 수다 떨듯이 ‘매운 음식 좋아하세요? 저는 매운 건 잘 먹는데 비린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해요.’라고 제가 먼저 제 이야기를 하면서 슬쩍 물어보면 스스럼없이 잘 이야기해주세요. 이 질문만 해도 그날 점심 메뉴는 빠르게 해결되죠.

이 노하우는 단순히 점심 메뉴를 잘 고르기 위함이 아니다.
강의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연사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강의 퀄리티가 달라질 수 있다. 주지 않으려던 것도 기분이 좋아서 더 줄 수 있으니까. 한 사람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남긴 커뮤니케이션은 어쩌면 커뮤니케이션 역량의 ‘레벨’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패한 섭외도 정성을 들이면 아웃풋이 다르다. 

효경의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스킬에도 불구하고 만남조차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연사가 일하는 방송국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려보기도 하고, 물어물어 수소문해 매니저 연락이 닿아도, 답변조차 받지 못할 때도 있다.

섭외의 결과는 운칠기삼, 아니 가끔은 운9기1 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운과 타이밍이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결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과정이 중요한 건 ‘다음’이 있기 때문이다. 과정에서 얻은 배움과 인연이 다음의 결과를 훌륭하게 만들어준다.

Changer says
팬층이 두터웠던 드라마의 작가분을 섭외해서 강의를 기획하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이메일을 다섯 번 정도 보냈어요. 한참 동안 연락이 없다가, 어느 날 제가 다섯 번 메일을 쓴 것을 다 합친 것보다 더 긴 분량으로 답변을 보내주셨어요. 결론은 거절의 이메일이긴 했지만, 요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는 여러 상황적 어려움이 담긴 내용이었죠. 정성스러운 작가님의 답장을 통해 ‘작가님들이 강의 요청을 거절해야 할 때 이런 이유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효경은 이때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다른 극작가 섭외 시 작가가 대중을 위한 강의를 결심하기까지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었다. 여기서 다름을 느꼈을까?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강의 결심해주는 극작가가 한둘씩 생겨났다.

기획자의 게임

Changer says
물론, 섭외란 건 기획자의 능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에요. 회사가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을 비롯한 여러 조건이 다 맞아야 하는 거예요. 그러나 연사 섭외가 이루어지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오로지 기획자의 게임입니다. 연사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다 해야 해요

섭외에서 기획자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요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기획자 본인의 역량보다 기획자가 속한 조직의 후광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중요도가 높은 섭외의 경우 첫 컨택을 패스트캠퍼스 신해동 대표가 대신하기도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섭외는 ‘기획자의 게임’이다. 통제 가능한 요소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통제 불가능한 요소가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기획자나 섭외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설득해나가는 세상의 모든 일하는 사람이 곱씹어야 할 태도이지 않을까?


✍️오늘의 인사이트 정리

  • 섭외는 운과 타이밍처럼 통제 불가능한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통제 가능한 준비를 모두 끝내 놓는 준비성이 중요합니다.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요.
  • 섭외 대상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스스로 정리해보아야 커뮤니케이션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닌 작은 대화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과 배려입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태도가 한 끗 차이를 만듭니다.
  • 설득에 대한 진심과 정성을 보이면 섭외가 실패하더라도 의미 있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피드백은 다음 섭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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