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드, 발굴하기 어렵다면 만드는 건 어때?
나만의 콘텐츠 전략으로 시장의 흥행 공식에 +(α)를 덧붙이다
콘텐츠 기획의 성공 공식처럼 여겨지는 것이 있다. 타깃의 크기, 검증된 출연진, 트렌드 등 흥행 보증 수표 같은 것들. 그러나 치열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 씬에서 반드시 정답으로 도출되는 공식 같은 건 없다. 콘텐츠의 유형과 목적, 심지어 타이밍에 따라서도 정답은 달라진다.
그래서 패스트캠퍼스의 콘텐츠 기획자는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어낸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특유의 문제 해결력으로 찾아내고 철저히 준비한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만한 커리큘럼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콘텐츠가 그들의 고민과 땀으로부터 탄생한다. 패스트캠퍼스의 기획자들을 만나 ‘나의 대표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획자K | 블렌더로 만드는 동화 같은 3D 캐릭터
네임드 발굴이 아닌, 네임드를 만들어 낸 기획
매우 잘 된 강의라고 들었다. 강의를 소개해달라.
인지도가 전무한 신생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강사로 섭외하여 기획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도 하나밖에 없었다. 그 포트폴리오 하나를 보고 강의를 만들었다. 기대치가 크지 않았는데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고, 강사님까지 업계에서 유명해져서 나의 대표 강의로 뽑았다.
신생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데 부담은 없었는지?
아예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강의 경력도 없고, 포트폴리오도 딱 하나 있는 아티스트를 섭외했기 때문에 오히려 기대치를 낮추고 겸허하게 다른 요소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강의 내용에 특별히 집중했다. 블렌더는 비교적 새로운 툴이어서 이미 이 툴로 압도적인 명성을 가진 아티스트가 드물었고, 이제 막 시장에서 핫하게 떠오르고 있어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인지도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찾아서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강의를 만들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노력했는지 궁금하다.
대개 강의 콘텐츠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로 강사의 인지도, 커리큘럼의 짜임새, 결과물의 우수성 등이 있다. 이 강의에서는 결과물의 퀄리티를 가장 강조하여 수강 후 학습자가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집중했다. 이전까지 기획한 강의는 론칭 전에 미리 제작하지 않고 먼저 판매를 시작했으며, 영상 공개 날짜에 맞춰서 강의를 제작했다. 그런데 이 강의에서는 론칭 전 4~5개월 동안 강사님과 함께 예제를 먼저 제작했다. 또, 기존에는 예제의 제작을 전적으로 강사에게 맡겼는데 이 콘텐츠에서는 기획자가 예제의 퀄리티도 관리했다.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열심히 만들었고 퀄리티가 잘 나왔지만, 포트폴리오를 1개 가진 신생 아티스트를 섭외했다는 모험적 요소 때문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런데 콘텐츠가 매우 잘 되었고, 3D 아티스트 커뮤니티에서 강사님의 명성도 높아졌다. 수강생에게 좋은 콘텐츠를 전달했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가 대중적으로 인정받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강사의 화려한 경력이나 인지도는 분명 모객을 잘 되게 하는 요소이지만, 콘텐츠 상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 자체의 우수성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피부에 와 닿았다. 특히나 3D캐릭터 분야는 확실히 예제 결과물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껴서 이후 기획한 강의부터는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바꾸도록 노력했다.
기획자J | 세상의 모든 감성 아이패드 드로잉
‘개인’의 니즈를 촘촘히 연결하면 ‘고객’이 원하는 것이 탄생한다.
패캠에는 직무 관련 강의가 많은데, 취미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강의를 대표 강의로 꼽았다.
입사 후 처음 만든 강의였는데, 도전적인 과제였다. 새로운 업무를 직접 부딪치면서 터득해나가는 시기였고 내가 기획한 강의 중 가장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애착이 많이 간다. 드로잉은 사람들이 취미로 많이 여기는 분야지만, 이 강의는 가볍게 시작해서 브랜딩 일러스트, 굿즈 제작 등으로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게 커리큘럼을 구성해서 취미 영역에서만 머무르지 않도록 했다.
강사가 9명이나 된다. 커리큘럼은 어떻게 구성했나?
9명의 강사가 드로잉 분야에서 각기 다른 주제로 강의했다. 이 강의들을 모두 하나의 패키지로 모았기 때문에 어떤 순서로 어떻게 구성해야 잠재 수강생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지 많이 고민했다. 내용이 지나치게 방대해도 주목도가 떨어지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러스트와 관련한 여러 커뮤니티나 SNS 게시물과 댓글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학습자의 주요 니즈를 파악했다. 이를 커리큘럼에 충실히 반영하여 연결성 있게 강의를 구성하고자 했다.
이 기획으로 얻은 러닝 포인트와 이후 활용 사례가 궁금하다.
드로잉이라는 한 분야에서 9개의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정량적인 시장조사로만 고객의 선호도를 판단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통계에만 집중한다면 수강생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커리큘럼 구성은 어렵다. 통계란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과거 일정 기간에 대한 추세를 잘 보여주지만, 현재 당면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켓 리서치 단계에서 질적 분석에 신경을 많이 썼다. SNS를 포함하여 여러 매체에서 보이는 잠재 고객의 니즈를 유심히 살피고 이 니즈를 연결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어떻게 강의를 쪼개고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여러 매체에 산재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연결하는 방법으로 [나만의 첫 이모티콘] 강의를 만들었고 수강생 만족도 조사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기획자S |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바이오 진단 & 신약 개발 모델 구현
틈새시장에서 유일무이함으로 승부하다
강의 주제가 정말 어려워 보인다. 소개해달라.
의료 데이터 분석과 바이오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에 관한 강의다. 꽤 니치(Niche)한 시장이라 수강생이 충분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는데 결과가 좋았다. 의료 산업은 고부가 산업이고 한국에서도 중요한 시장인데, 아직 의료에 AI 기술을 접목한 사례가 많지 않다. 의료와 관련한 AI가 도입될 경우 의료 기술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현재 이와 관련한 교육 콘텐츠도 매우 부족하기에 깊이 있는 강의를 만들어 수요층에서 실질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워낙 전문적인 분야라 마케팅 포인트를 찾기도 전달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원래 의료나 제약 분야에서 신기술, 신약을 개발하려면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거쳐야 하고 따라서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 지점에 AI 기술이 도입되면 투입되는 노동력과 시간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바이오 진단의 경우, 의사가 엑스레이나 CT를 보고 판단하는데 아무리 객관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해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 주관적인 요소가 조금은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AI가 이를 판독하면 인간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주관적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이 AI 기술의 전망과 효용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상세페이지에 부각하여 논리적으로 고객을 설득하려 노력했다.
고관여자를 대상으로 한 데다가 다른 강의에 비해 가격도 비싸다. 잘 된 이유가 있을까?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을 뿐 아니라, AI 기술은 의료에 잘 접목되어 쓰이면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꿀만한 분야다. 현재 의료 AI에 현업으로 종사하는 인구는 많지 않을지라도, 이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는 기업의 임원, 인공지능 기술 산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이 강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잠재 고객의 파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되는 시장에서 리소스를 투자하여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시장성 때문에 남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분야에서 콘텐츠를 생산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간절히 필요로 하던 소수의 수요자에게서 구매 욕구를 크게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한다.
기획자Y | 미디어아트 그래픽 클래스: 모션그래픽 뉴 패러다임
생소한 분야에 익숙한 표현으로 친근감을 불어넣다.
가장 애정이 가는 강의로 꼽은 이유가 궁금하다.
입사하자마자 이미 기획이 되어있던 강의를 인계받아 연달아 제작했던지라 그 기획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강의 기획이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강의는 처음으로 기획의 첫 단계인 시장조사부터 끝까지 마무리한 강의라 애정이 간다.
강사 개인을 섭외한 것이 아니라 스튜디오를 섭외한 이유는 무엇인가?
패캠에서 기존에 제작했던 여러 모션 그래픽 강의는 툴 사용법을 강조해왔다. 타 강의와 차별화하기 위해 새로 만드는 강의에서는 예제를 강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개인을 섭외하기보다 결과물의 퀄리티가 입증된 스튜디오를 섭외하여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가장 대중적인 예제를 만들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논의했다. 또, 학습자가 수강 중 만들어 볼 예제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상세페이지를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미디어아트라는 말이 약간 생경하게 들리는 데 타겟팅은 어떻게 했나?
‘아트’라는 말이 붙어서 그런지 미디어아트를 대중적인 산업 분야로 바라보기보다는 예술성에 주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생소하게 들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분야다. 대형 옥외 전광판, 제품 론칭쇼, 음악방송, 올림픽 등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점할 수 있다. 모션그래픽을 활용한 영상이라고 하면 더 익숙할 것이다. 그래서 제목뿐 아니라 상품페이지 중간 중간에 ‘모션 그래픽 뉴 패러다임’, ‘모션그래픽 아티스트를 위한 새로운 강의’ 등 사람들이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워딩을 포함했다.
이 강의를 제작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확실히 시장 조사부터 직접 시행하여 큰 흐름을 알면 기획의 방향성이 잘 잡힌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를 발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한편, 기존에 존재하던 것과의 접점을 찾아서 이 분야가 완전 생소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설명해야 고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소한 분야인 만큼 이 강의를 학습하고 수강생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잘 설명할 수 있는 예제를 강조하는 것, 그리고 그 퀄리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오늘의 인사이트 정리
- 마케팅적으로 돋보일 수 있는 요소도 흥행에 도움을 주지만,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입니다. 본질적인 요소가 뛰어나다면, 흥행은 입소문을 타고 일어날 거예요.
- 시장조사 단계에서 정량적인 지표가 부족할 땐, 정성적인 자료를 많이 모아보세요. 정성적인 요소를 논리적으로 구성해보면 시장의 니즈가 드러납니다.
- 전문성이 높아 대중성이 부족해 보여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콘텐츠라면 제작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요. 희소성이 크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 생소한 분야를 소개해야 한다면, 익숙한 표현과 친근한 대상과의 연결 짓기로 대중성을 높여보세요. 잠재 수요를 확장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